'약을 먹어도 계속 두통이 있어요. 효과가 없어요.'
'어떨 때는 듣고 어떨 때는 안들어요.'
'빨리 먹으면 듣기는 하는데, 이거 계속 이렇게 먹어도 되나요?'
'저는 게보린, 펜잘, 판피린, 이브, 암씨롱, 뇌신만 들어요.'
두통으로 외래에 오시는 분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들입니다.
오늘은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방법에 대해 이야기드리겠습니다.
Intro글에서는 아래 부분과 관련이 있는 글입니다.
지난 번에는 약국약이 잘 안들었으니까 이번에는 인근 의원에 가본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까
’두통약 드릴게요~ 아플 때 최대한 빨리 드셔보시고 계속 아프면 큰 병원 가보셔야 해요~’
‘네..’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뒤에서 의사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네~^^’ (네.. 알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심해지는거)
처방전을 보니까 예전에 먹어봤던 약이다. 이 약 잘 안듣는데…
약국에 들어와서 앉아있는데 앞의 환자분도 어디가 아픈가보다.
진통제는 가급적 적게 먹으라는 이야기가 나오네.
내 약이 나왔다.
‘A약은 엄청 쎈 약이에요. 그러니까 B약 먼저 드셔보시고, C약은 속 울렁거릴 때 드시고, A약은 심하게 아플 때만 드세요’
음? 설명이 다르네? 아까는 두통 시작되면 빨리 먹으라고 했는데..
뭐가 맞는건지 헷갈린다.
역시..
약을 먹었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다.
역시 내 두통은 치료가 안되는 두통인가보다. 옛날에도 신경성이라고 그랬고, 스트레스 안받으면 좀 낫긴 하니까 뭐..
내일도 또 아프려나.. 일단 자보자. 아파서 잠도 안오지만.
오늘도 또 아프다.
어제 갔던 의원에 다시 가본다.
‘선생님, 계속 아파요..’
‘다른 약 드려볼게요. 계속 아프시면 큰병원 꼭 가보세요.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니까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게 없어요.
신경성 두통은 정신과 진료도 보셔야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매일 진통제 드시면 약에 중독돼요.’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는 모든 편두통 환자에게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급성기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은 약을 먹는거겠죠?
맞습니다. 다만, 약을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1) 올바른 방법으로
2) 적절하게 복용하셔야 합니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편두통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의 환자분의 경우를 보시면, 편두통이 효과적으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아실 수 있으시겠죠?
일반적으로 급성기 편두통이 '효과적으로 조절된다'고 하려면
1. 급성 통증이 완벽히 사라짐
2. 편두통의 동반 증상이 사라짐
3. 저하된 능률의 회복을 통해 일상/사회/여가생활로의 빠른 복귀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해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급성기 치료제는
1. 빠른 효과를 나타내면서
2. 부작용도 없고
3. 급성기 편두통이 24시간 내에 재발하지 않는
조건들을 만족해야 합니다.
편두통이 있으신 분들 모두가 공감하시는 내용이죠?
편두통에서 급성기 치료제의 효과는 '빠른 효과'라는 애매한 표현보다는 '2시간 내에' 통증이 사라진 (또는 50% 이상 감소) 경우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편두통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에서 '이정도면 꽤 효과적이다' 라는 대략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오랜시간동안의 연구 및 전문가, 환자들의 의견들이 반영되어서 나온 기준입니다.
1. 편두통 통증 강도의 완화: 중등도-심도 → 경도-없음
2. 편두통의 증상 중 통증 자체
1) 2시간 이내에 사라짐
2) 24시간 이내에 재발
3. 편두통의 증상 중 동반증상 (여러가지 증상 중 보통은 '가장 불편한(성가신) 증상(Most Bothersome Symptom)'을 기준으로 합니다)
1) 2시간 이내에 사라짐
2) 24시간 이내 재발
4. 약물 재복용 여부(24시간 내)
급성기 편두통과 관련해서는 대략적으로 이런 정도를 평가하게 됩니다.
그럼 편두통 환자분들은 급성기 치료에 대해 어느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AMPP (the American Migraine Prevalence and Prevention) 연구라고 2004년부터 2차에 걸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 나온 논문 중 하나의 결과입니다.
8,233명의 삽화편두통(episodic migraine, 월 8회 미만의 편두통) 환자들에서...
급성기 치료 후 2시간 내에 두통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는 56%였습니다.
약을 한 번 복용하고 나서 두통이 호전되어서 24시간 까지 재발이 없습니까? 라는 설문에 "No"라고 대답한 경우는 (오른쪽 음영 부분) 약 54%였습니다.
MAST (Migraine in America Symptoms and Treatment) 연구에서는
온라인 설문에 대답을 한 15,133명의 성인 편두통 환자 중 74%가 급성기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Headache 2019;59:1310-1323).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네요.
그럼 급성기 치료를 더 효과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1. 두통이 시작되고 나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복용하세요.
3번의 급성기 편두통 중 최소한 2번 이상에서 2시간 이내에 두통이 사라지는지 알아본 연구(Headache 2016;56:1635-1648)에서는
두통이 생긴지 1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경우가 1시간 이후에 복용하는 경우보다 통증 조절이 더 잘되었습니다. (52.8% vs. 30.2%)
꼭 1시간 이내라기보다는 두통이 시작되고나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복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사실 이건 경험적으로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그 경험을 모으고 모아서 숫자화한 것이 위의 연구이지요.
2. 통증이 약하더라도 복용하세요
위의 연구에서,
통증이 약할 때 vs. 중간이나 심할 때 약물을 복용하게 했을 때
강도가 약할 때 복용하는 경우에 2시간 내에 통증이 더 잘 조절되었습니다.
- 수마트립탄 100mg: 67% vs. 31%
- 알모트립탄 12.5mg: 53% vs. 38%
3. 복합제로 복용
트립탄, 일반진통제, 항구역제를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조합을 해서 처방합니다.
2시간 내에 두통 조절이 더 잘되고, 24시간 내에 재발이 적으면서도, 부작용은 거의 차이 없습니다.
4. 다른 방법으로 투여 (우리나라는 불가능 - 다른 나라에는 코 분무제형, 자가주사방법이 있는데.. 부럽네요..)
이렇게 복용하시도록 열심히 알려드리면 위에 적어놓은 '외래에서 많이 하는 말씀' 중
1) 약을 먹어도 계속 두통이 있어요. 효과가 없어요.
2) 어떨 때는 듣고 어떨 때는 안들어요.
3) 빨리 먹으면 듣기는 하는데, 이거 계속 이렇게 먹어도 되나요?
4) 저는 크래밍, 카펠고트, 게보린, 펜잘, 판피린, 이브, 암씨롱, 뇌신만 들어요.
1번, 2번에 대해서는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길이 보이게 됩니다. 무조건 다 효과가 있다거나, 절대로 효과가 없다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ㅎㅎ
남은 문제는 3, 4번인데요..
강도가 약하든 강하든, 참을만 하든, 두통일수가 꽤 많은 경우에는(편두통이 월 5회 이상 / 또는 두통이 월 8회 이상)
3번과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급성기에 효과가 좋다고 해서 자주 복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지요. 예방치료가 필요합니다. 추후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럼 4번은요?
맞다OOO, 한국인의 두통약, 감기몰고가세요~, 일본에서 온 지인이 준..
이런 약들은 편두통에 엄청 잘 듣습니다. 여러 성분들이 섞여있는 약이거든요.
급성기에는 꽤 좋지만, 약효과가 떨어지면서 점차 많은 양이 필요하고, 약효가 떨어지면 생기는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한, 카페인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데, 편두통환자에게 카페인은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한, 아주 묘한 녀석입니다.
앞으로 할 얘기가 많습니다. ㅎㅎㅎ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포스팅을 할까요?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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