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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MRI에서는 이상이 없다는데 나는 왜 머리가 아플까?

by BrainDaily 2020. 3. 30.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나는 왜 머리가 아플까? (2)' 정도 되는 글이 되겠습니다. 

 

Intro글의 첫 문단 중 

나는 왜 머리가 아픈 걸까? 도대체 몇 년 째인지 모르겠다.
아직까지 아무도 그 이유를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없다. 의사든 누구든..
MRI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약을 먹으면 그때 뿐이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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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에 이상이 없다는데 왜 머리가 아픈 건가요?”

두통클리닉에 오시는 분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제 대답은 ‘축하드립니다. 다행이고요. 머리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두통은 상당히 골치가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래에 장황하게 하는 두통 분류 이야기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머리에 문제가 없이 두통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머리에 이상이 있을까 봐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두통 대가들이 가~끔 한 번씩 국제두통학회 두통질환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를 업데이트합니다. 1988년에 제1판이 출판된 이후로, 2004년 제2판, 2013년 제3판 베타판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2018년 1월에 제3판이 출판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두통학회 임원진들의 노력으로 2018년 7월 경 한글판을 발간하였습니다.(사실 분류체계가 빠른 시간 내에 바뀌게 되면 오히려 진단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서 보수적으로 바뀌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한글판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한글판의 목차입니다.

 

이 책에는 두통의 종류와 각 두통에 대한 진단 기준 및 간단한 소개가 적혀있습니다.

'간단한' 설명만 있는데도 불구하고, 

1부 원발두통은 대략 50페이지,

2부 이차두통은 대략 120페이지 정도 되네요.. 

조금 더 자세히 보실까요?

 

왼쪽 위 하얀 부분이 원발두통, 나머지가 이차두통입니다.

제목만 나열되어있는데도 이렇게 많습니다.

죄송스럽지만, 저도 저 모두를 알고 있지 못합니다. 이걸 다 어떻게 외우나요? ㅎㅎㅎ 이 분류를 하셨던 두통 분류위원회 위원님들도 다 못 외우실 겁니다.

다만, 1) 흔하거나, 2) 장애가 심하거나, 3) 위중할 가능성이 높은 두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원발두통 vs. 이차두통

첫 번째 보여드린 목차를 보시고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원발두통은 편두통, 긴장형두통 이런 식으로 한 단어로 되어있는 데에 비해, 이차두통은 ‘XXX에 기인한 두통’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차두통(일반적으로 의학에서 ‘이차’라고 붙은 것은 그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질환에 의해 발생한 두통을 의미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죠.

예 1. 이전에 두통이 없던 53세 남자분이 한 달 정도 전부터 두통과 함께 약간의 메스꺼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점차 두통이 심해져서 병원에 갔습니다. CT를 찍어보니 뇌종양이 있었습니다. 

예 2. 20대 때부터 가끔씩 두통이 있던 65세 여자분이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중에 갑자기 급격한 두통을 호소하더니 혼수상태가 되어서 응급실로 실려왔습니다. CT를 찍어보니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이었습니다.

예 3. 75세 남자분이 담배를 피우던 중에 오른팔에 힘이 빠져서 담배를 떨어뜨리고 말을 하지 못하며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감싸고 끙끙 앓는 소리만 냅니다. 얼른 응급실에 가서 CT를 찍어보니 뇌경색이라고 합니다.

예1의 경우, 뇌종양이 두통의 원인일 것이고, 위의 분류 중 ‘7.4 두개내신생물에 기인한 두통’이라는 진단이 내려질 것입니다. 예2의 경우 원인은 지주막하출혈, 진단은 6.2.2 비외상성 거미막하출혈에 기인한 급성두통, 예3의 원인은 뇌경색, 진단은 6.1.1 허혈뇌졸중(뇌경색)에 기인한 두통일 것입니다. 

위의 예들을 보시면서 ‘그럼 나도 뇌나 뇌혈관에 문제가 있어서 머리가 아픈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다행히도, 모니터 앞에서 혹은 휴대폰으로 제 포스팅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 중 이차두통에 의한 두통이 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고요.ㅎㅎ 아래 자료들을 보시죠. 

1) 두통으로 외래를 찾은 환자들에 대한 우리나라(Korean Journal of Headache 2017;18(2):27-32)와 중국(PLoS One 2012;7(12):e50898)의 데이터를 요약해봤습니다. 

  Korea China
Trauma 0.8% 1.2%
Vascular 1.1% 0.7%
Non-vascular 1.5% 1.5%
Substance or withdrawal 0.8% 7.4%
Infection 2.3% 0.2%
Homeostasis 0.3% 1.4%
Neck, eye, ears, nose, sinuses, teeth, mouth 1.8% 0.2%

우리나라의 11개 수련병원들의 두통클리닉으로 온 환자분들 중에 8.3%, 중국의 단일기관에서 한 연구에서는 12.9%가 이차두통이었습니다.

2)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하는데요, 아래를 보시면 대략 25% 정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차두통은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10%, 25%... 특히 응급실에서 25%면 좀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분류가 잘 되어있는) 위의 표들 중 오른쪽 표를 보시면, 이차두통들이 단지 두통만 있는 경우보다는 '내가 이차두통이다'라고 하는 힌트가 될 수 있는 다른 증상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가령 뇌출혈, 혈관기형, 종양은 한쪽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말을 하지 못한다거나, 의식이 쳐지는 등 해당 질환이 존재하는 뇌의 부위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은 열이 날 가능성이 높고요, 고혈압에 의한 두통은 일단 수축기혈압이 매우 높을 것(보통은 180-200 이상), 귀나 부비동 질환에 의한 두통이라면 귀나 부비동과 관련된 증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어떠신가요? 이제 좀 덜 걱정되시나요? :) 오히려 더 걱정이 되신다고요? ㅠㅠ

근데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께서 두통을 갖고 계시다면, 90%의 확률로 머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엄청 많은데 글로 적으려니까 쉽지 않네요.

 

- 다음 포스팅 예고..

국내외 두통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두통은 편두통으로 시작해서 편두통으로 끝난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편두통은 중요하고, 엄~~~청나게 흔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편두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예상컨대, 앞으로의 포스팅의 대부분은 편두통과 관련된 내용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