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두통 초진 환자분을 만나서부터, 그 두통이 편두통임을 진단하고, 그 중에서도 만성편두통임을 진단하고, 만성편두통에는 보톡스가 효과가 좋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응??? 뭐라고?? 하는 눈빛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아직도 만성편두통에서 보톡스 치료의 효과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전체 일반인구의 1% 정도가 만성편두통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인구가 5천만이라고 하면 50만명이 만성편두통이 있는데요..
대충 계산해보면, 만성편두통에서 효과가 제일 좋은 약물 중 하나인 보톡스 치료를 받는 분들이 그 중 1%도 안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제약회사에서 전문의약품도 광고를 할 수 있다면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요 ㅎㅎ
뭐 어쨌든...
보톡스는 상품명이고,
그 성분은 onabotulinum toxin A 입니다.
우리 머리 속에는 '미용/성형에 쓰는 것'인 보톡스가 어떻게 만성편두통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보톡스는 미용에 쓰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신경에 작용하는 물질입니다.
이전 포스팅에도 언급했던 신경말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2020.04.24 - [두통/편두통(Migraine)] - 편두통의 기전, CGRP가 가장 큰 역할 (편두통 기전의 대략적인 이해)
여러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등 / 편두통에서는 CGRP 등)이 소포(vesicle)라는 주머니에 싸여져 있다가,
어떤 신호가 오면
그 소포가 신경말단으로 이동해서 세포막에 붙어서 fusion을 하면서
그 안에 있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그 신경전달물질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그에 따른 특정 반응이 일어나게 되지요.
위의 그림에서 acetylcholine → CGRP로 바꿔주시면 편두통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맨 왼쪽 그림이 정상적인 '소포-세포막' 결합이 되겠습니다.
근데 보톡스가 존재하게 되면,
맨 오른쪽 그림처럼, 소포가 세포막에 달라붙는 것을 보톡스가 차단합니다.
따라서 소포 안에 있는 CGRP가 분비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CGRP가 편두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었죠?
가장 중요한 물질인 CGRP가 차단이 되니, 결국 편두통은 점점 좋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CGRP 외에도 통증전달물질들이 분비되는 것도 차단을 시켜줍니다.
그렇다면, 효과는 얼마나 좋을까요?

연구 시작 당시에 보톡스 치료군과 가짜치료군의 월 두통일수는 18-19일 정도였습니다.
12주 간격으로 2회 치료 시 월 두통일수의 감소가
- 보톡스 치료군: 8일 정도
- 가짜치료군: 6일 정도
입니다. 가짜치료군에서도 6일 정도의 두통일수 감소가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아마도 생활습관교정 등 편두통에 대한 관리를 하면서 더 좋아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혹은, (증명된 바는 없지만) 바늘로 근막, 근육을 자극해주는 것, 그리고 생리식염수가 신경말단에 작용해서 뭔가 또다른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요...)
24주 이후에는 양군 모두 보톡스 치료를 받았고,
두통일수는 점차 내려가서 약 11일 정도가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면, 18-19일 - 11일 이면 7-8일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겠네요.
근데 사실 한달에 며칠이 줄어들었다! 라고 이야기 하면, 마음에 딱 와닿지가 않긴 합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50% responder rate' 입니다.
시작 당시와 비교해서 50% 이상 호전된 비율을 구하는 것이지요.
월 두통일수가 50% 이상 줄어드는 비율은
첫번째 보톡스 치료 후 49.3% - 3개월째
두번째 보톡스 치료 후, 추가로 11.3% (=60.6%) - 6개월째
세번째 보톡스 치료 후, 추가로 10.3% (=70.9%) - 9개월째
정도가 됩니다.
'에이~ 절반정도 좋아지는 것 갖고 효과가 좋다고 하긴 어렵지~' 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만성편두통을 겪어보거나, 주변에 그런 분이 없는 분들이실겁니다.
만성편두통이 있는 분들은 두통 자체 뿐만 아니라, 우울감, 불면증, 불안증, 섬유근통 등 다른 증상 및 질환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편두통이 조절되면서 이런 증상들이 어느 정도는 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두통은 단지 머리의 통증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런 효과를 나타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만성편두통에서 보톡스 치료가 FDA 승인을 받았고
미국신경과학회의 보톡스 진료지침에서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두통학회에서도 효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 표시된 31군데에 주사합니다.
'안아파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편두통 보다는 안아파요'가 시술받으신 분들의 대답이었습니다.

부작용은요?
1. 목통증 (9%) - 제일 많습니다만.... 편두통에서 목통증은 너무도 흔한 것이기 때문에, 편두통에 의한 목통증인지, 아니면 보톡스의 부작용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2. 눈꺼풀 쳐짐 (4%)
3. 눈썹삐뚤어짐 (4%)
4. 주사부위통증 (3%)
지금까지는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었구요.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리면..
전공의 때 propranolol(인데놀 등)을 쓰면서 '오 효과 좋네~' 이정도 였습니다.
전임의 때 topiramate(토파맥스 등)를 쓰면서 '와.. 그동안 이걸 왜 안썼지?' 였고
2년 반 전에 보톡스를 쓰기 시작하면서 '우와.... 이건 꼭 써야돼!!' 였습니다.
물론 만성편두통이 있는 모든 분들께 보톡스가 효과적이지는 않을겁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50% 이상 좋아질 가능성이 50% 정도 되는 것입니다. 2-3회 치료 하면 그 확률은 더 올라가구요.
하지만, 체감은 50% 그 이상입니다..
부작용에 대해 주관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면
보톡스 약전에는 위와 같이 적혀있기는 한데, 눈쳐짐과 눈썹문제는 저렇게 많이 생기지는 않더라구요.
제 경험으로는 2% 내외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목통증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시술 받으셨던 분들 말씀은, '부작용 무서워서 이 좋은 걸 안하는건 말이 안된다'가 주류였습니다.
만성편두통, 보톡스... 그와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오늘은 일단 아주 표면적인 이야기만 해봤습니다.
다음에는 편두통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바꿀? 앰겔러티, 아조비에 대해 포스팅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통 > 편두통(Migrai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편두통 치료의 길잡이(2) (1) | 2025.04.16 |
|---|---|
| 편두통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 2. CGRP단클론항체(앰겔러티, 아조비) (0) | 2025.04.16 |
| 주로 머리 한쪽이, 혈관뛰는 것 처럼 아프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고, 움직이면 악화돼요 (편두통의 전형적 통증모습) (0) | 2025.04.14 |
| 체한 것 같고, 밝고 시끄러운 것이 거슬리면서 머리가 아파요. (편두통의 동반증상: 두통이 있으시면 이 글은 꼭 보세요) (0) | 2025.04.14 |
| 트립탄, 편두통 기전에 입각한 첫 번째 급성기 치료제 (0) | 2020.05.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