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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편두통(Migraine)

체한 것 같고, 밝고 시끄러운 것이 거슬리면서 머리가 아파요. (편두통의 동반증상: 두통이 있으시면 이 글은 꼭 보세요)

by BrainDaily 2025. 4. 14.

이 글을 꼭 보시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두통은 크게 원발두통(머리에 문제가 없이 생기는 두통)이차두통(뇌종양, 혈관기형 등 특정 원인이 있는 두통)으로 나뉩니다.

2. 원발두통이 전체 두통의 90%이고, 나머지 10% 정도만이 이차두통입니다.

3. 일단 이차두통인지 아닌지를 찾아내고 나면

4. 원발두통 중 어떤 것인지를 찾아내면 됩니다.

- 가장 흔한 것은 긴장형두통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 "편두통"은 생각보다 흔하고,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고, 증상이 다양합니다.

5.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두통이든 진단이 내려지면, 길이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편두통이 발생할 때는 앞선 포스팅(보이지 않는 질병, 편두통)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머리에 통증이 있는 두통기 외에도 전구기(prodrome, premitory symptoms), 후구기(postdrome)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제일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통기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진단이 뭐건 간에 아프지만 않게 해 주면 되지, 진단이 뭔지 별 관심 없다'라고 하시면...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계속 고생하신 이유가 바로 그 '진단'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외에, 'MRI는 정상이라는데 왜 머리가 아픈 거야?'라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다면 이 포스팅을 한 번쯤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Intro 글의 다음 부분에 대한 내용입니다.

머리가 아픈 게 스트레스인데.. 머리만 안 아프면 살겠는데..

이것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다.

사람들도 만나기 싫고, 애들한테 짜증 내게 되고. 지난번에는 또 머리 아플까 봐 부부동반 모임도 못 나갔는데..

속도 안 좋다. 체한 것 같고. 내시경 해봐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한다.

어지럽고. 이비인후과에서는 이상 없다는데 왜 어지럽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하기도 힘들고 해서 누워서 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폰 보는 것도 힘들다. 눈도 침침하고.. 안과에서는 다 괜찮다는데.. 인공눈물 넣으라고 하고..

 

오늘은 두통 때문에 회사에 결근을 해서 밀린 업무를 집에서 하긴 하는데,

내가 타자 치는 소리도 거슬린다. 원래 타자 소리가 이렇게 컸나?

키보드도 마우스도 저소음으로 바꿨는데..

부장님도 두통이 심하셔서 그나마 이해해주시는데, 자꾸 결근하고 반차 내고 조퇴하는 것도 이제는 민망하다.

회사 동료들은 얼른 가서 쉬라고 하는데, 자꾸 눈치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그냥 내 기분인 걸까?

 

아래에는 제가 외래에서 편두통으로 진단한 분들이 흔히 말씀하시는 동반증상들을 나열했습니다.

두통이 있을 때(두통의 강도가 심하든 약하든) 아래에 언급한 느낌과 비슷한 것이 있으시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아래의 증상들이 모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 소화기 증상들

'체하면 머리가 아파요'

'속이 얹힌 것 같으면서 머리가 아파요'

'두통이 있을 때 더부룩해요'

'자주 체해요. 체할 때마다 머리가 아픈 건 아니긴 한데, 두통이 동반될 때가 있어요'

'두통이 있을 때 울렁거려요.'

'두통이 있을 때 토할 것 같아요'

'두통이 있을 때 토하기도 해요'

'두통이 있을 때 토하지는 않는데 헛구역질을 해요.'

2. 빛이 불편 / 소리가 불편

'휴대폰을 밝게 해 놓으면 좀 불편해요'

'모니터 보고 있기 불편해요.'

'밖에서 밝은데 있으면 힘들어요'

'옆에서 누가 말하면 짜증 나요. 예민해져요'

'머리 아플 때는 조용한 게 편해요. 다 그런 거 아닌가요?'

'머리 아플 때는 조용하고 눈감고 가만히 있는 게 나아요.'

3. 어지럼증

'머리 아프면서 어지러워요'

'띵~해요'

'어질어질해요'

'머리를 돌리면 머리 안에서 뇌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빙빙 돌 때도 있어요'

4. 눈 증상

'평소에는 괜찮은데 두통이 있을 때는 눈이 침침해져요.'

'안압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눈알이 뽑히는 것 같아요.'

 

꼭 위에 언급한 증상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두통이 있을 때" 비슷한 느낌이 있으시다면, 편두통을 반드시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잠깐 말씀드렸던 국제두통질환분류에서 이야기하는 편두통의 진단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편두통 진단기준 (무조짐 편두통)

A. 진단기준 B-D를 충족하는 발작이 최소한 5번

B. 두통 발작이 4-72시간 지속(치료하지 않거나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C. 다음 네 가지 두통의 특성 중 최소한 두 가지:

1. 편측위치

2. 박동양상

3. 중등도 또는 심도의 통증강도

4. 일상의 신체활동(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에 의해 악화되거나 이를 회피하게 됨

D. 두통이 있는 동안 다음 중 최소한 한 가지:

1. 구역 그리고/또는 구토

2. 빛공포증과 소리공포증

E. 다른 ICHD-3 진단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음.

편두통이 있는 분들에게

편두통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기까지 평균 10.1년이 걸린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저렇게 명확한 진단기준이 존재하는데, 왜 이렇게 진단이 잘 내려지지 않고 오래 걸리는 걸까요?

 

위의 진단기준을 바탕으로 두통을 진단해보면 아래의 표처럼 진단율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안중요합니다. 넘어가셔도 됩니다.)

조짐이 없는 편두통(migraine without aura)의 오른쪽 2004년 부분을 보시면 S(민감도)가 53% 밖에 안되지요. 편두통 환자 1명을 놓고 100명 중 53명만이 편두통이라고 진단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Sp(특이도)는 100%이니까, 실제로 편두통이 아닌 두통환자는 편두통이라고 오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고요. PPV(양성예측도)가 100%이라는 것은 편두통이라고 진단되었을 때에 진짜로 편두통일 가능성은 100%라는 것입니다. 사실 Sp와 PPV가 100%일 수밖에 없는 것이, 소위 '진짜 편두통' 환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이 진단기준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 두 가지는 100% 여야지요. NPV(음성예측도)를 보시면, 편두통이 아니라고 진단된 환자들 중 실제로 편두통이 아닌 경우는 66%. 나머지 34%는 편두통인 것입니다.

Lima et al. Cephalalgia 2005;25:1042-1047

위 표의 결론은 똑같은 진단기준표를 놓고 같은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에 최종 진단이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병원에서는 긴장형두통이라고 하고, 어디서는 일자목, 거북목 때문이라고 하고, 어디서는 어깨/목 근육이 뭉쳐서 두통이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편두통이라하고... 이렇게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약간이나마 이해가 되시나요?

 

그러면 왜 이렇게 진단이 다르게 내려지는걸까요?

먼저, 위의 진단 기준은 '아주 전형적인' 편두통의 특성을 이야기해줍니다. 편두통에 대한 연구를 할 때에, 특히 임상시험을 할 때에 '이렇게 명확한 편두통 환자들에서는 A라는 치료의 효과가 좋다(혹은 효과 없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위의 진단 기준을 정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편두통은 그렇게 쉬운 질병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한 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에서는 한 가지의 모습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은 왼쪽에서 시작되는데, 어느 날에는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전체로 퍼지고, 어느 날은 뒷목에서 시작해서 오른쪽 이마쪽으로 퍼지고, 어느 날에는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생기고.. 통증의 모습만으로도 수 십 가지의 모습이 가능합니다. 동반 증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느 날에는 속이 울렁거리기도 한데, 괜찮은 날도 있고요. 빛이랑 소리가 상당히 거슬리는 날도 있는 반면, 약간 귀찮은 정도인 날도 있습니다. 뒷목이 엄청나게 뻐근한 날도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그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 뿐만 아니라, 한 사람에서도 두통이 올 때 마다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위의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전체 두통의 90%를 차지하는 원발두통은 MRI 같은 검사를 통해서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1. 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진단이 이루어지고

2. 증상을 바탕으로 분류가 되며

3. 사람마다 나타나는 두통의 모습이 다르고

4. 한 사람에서도 두통 때마다 조금씩은 다르게(강도, 위치, 동반증상 등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환자분께서 외래 방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저는 오른쪽에 주로 발생하는 혈관 뛰는 것 같은 느낌의 두통 때문에 왔고, 그 두통은 꽤 심하며, 아파서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습니다. 그리고 속이 울렁거리고, 빛과 소리에 예민해집니다.'

라고 말씀해주시면 진단은 바로 편두통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절대로 단 한 분도 없고, 심지어 의사들, 신경과 의사들도 저렇게 이야기 못합니다.

 

정말 자세하게 물어보고 캐내는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단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외래 대기시간이 30분 40분, 1시간 이렇게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분은 편두통, 특히 만성편두통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런 내용을 전부 다 설명드리고, 편두통에 대해 이해시키고, 약 복용 방법, 부작용, 부작용 생겼을 때의 대처방법, 향후 예상하는 치료 과정까지 다 설명드리니...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ㅠㅠ

 

 

아래의 곡선은 편두통이 생길 때의 관련된 증상들을 나열한 것입니다.

American Migraine Foundation(https://americanmigrainefoundation.org/)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왼쪽에서 세 번째의 두통기(HEADACHE)를 보시면, 진단기준에 포함되는 내용은 밑줄 3개밖에 없습니다 ㅎㅎ

 

동반증상에는 어질어질, 불면, 코막힘, 불안, 우울감, 뒷목통증/뻣뻣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편두통은 다양한 증상들이, 어마어마한 조합으로, 환자마다 다른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포스팅할 내용이 무지하게 많네요ㅎㅎ)

 

대강 느낌이 오시나요 어떤 것이 편두통인지?

사실 두통에 대해 진료를 하는 저도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편두통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서요..

 

 

오늘 포스팅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 두통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꼭 편두통을 의심해라.

2. 두통이 있으면서, 1) 속이 불편하거나 2) 빛/소리가 불편하거나 3) 어지럼증이 동반되거나 4) 눈이 불편해진다면 꼭 편두통을 의심해라.

이 두 가지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