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 때 짧은 진료 시간 동안 의사와 효율적인 대화를 나누려면 어떤 준비들을 해야하는지를 알아봤었는데요
오늘은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두통은 결국 거의 내 남은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은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의 노력도 포함해서요.

1.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두통질환 진단의 상당 부분은 환자에게 증상에 대해 묻고 그것을 의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근데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진료시간이 짧을 수 밖에 없는 의료시스템에서는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게 잘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한데,
1)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해주고 잘 설명해주는 의사
2)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환자
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1)은 두통에 관심이 많고 두통환자에게 애정이 많은 의사는 상당 수가 이런 진료스타일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진료스타일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ㅎㅎ
물론, 진료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면 단칼에 끊어버리고 핵심을 전달하는 단호함도 있어야 하지만요. 무작정 환자말을 듣고 있고 영혼없는 끄덕임을 하는 것이 "좋은" 의사는 아닙니다.
그리고 1)은 어차피 환자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니까요..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2)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2)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환자
- 먼저, 환자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이전 포스팅을 보고 나서 인근 병원의 신경과에서 두통에 관심있어보이는 의사를 골라서 예약을 했고
2주 동안 두통일기와 두통 양상을 잘 적어서 기다렸습니다.
대기하다보니까 진료 대기시간이 점점 늘어납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진료일이기 때문에 아주 많은 것들이 궁금합니다. 내 모든 증상들을 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 내가 1시간 동안 더 기다렸으니까 나는 진료실에 들어가서 뽕을 뽑고 나오겠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두통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하다보니까 어제 두통이 있으면서 심하게 어지러웠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어지럼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고보니 10년 쯤 전에 이렇게 비슷하게 심하게 어지러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의사가 중단시킵니다.
역시... 이 의사도 내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어..
- 이번에는 의사입장에서 보겠습니다.
오늘은 왜이렇게 초진이 많은거지.. 재진환자들도 다들 힘들다고 하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대기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서 그런가...
또 초진. 아 역시 또 머리가 아파서 오셨구나.. 네. 네.. 네... 네? 어지러우시다구요?
10년 전에도요? 그 이후로 종종 어지러우시다구요?
아.. 어지럼증이 더 불편하신가보구나.. 어지럼증 전문 선생님께 의뢰해야겠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첫 진료일에는 두통 그 자체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2. 제일 불편한 두통에 대해 이야기 하세요.
머리 전체가 욱신거리면서 속도 불편해지는 두통(A)이 메인인데, 어제부터 왼쪽 뒤통수가 쿡쿡 쑤십니다(B).
그러면 왼쪽 뒤통수 쿡쿡도 궁금하긴 하죠. 그렇지만 가장 집중하셔야 하는 것은 A두통입니다.
그리고 나서 A두통에 대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충분히 진행된 것 같으면, 어제는 왼쪽 뒤통수가 쿡쿡 하다는 이야기를 곁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편두통이 있는 분들 중에 그런식으로 쿡쿡 하는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런 경우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고 편두통 치료를 하다보면 같이 좋아지면서 빈도도 줄어들고, 강도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이 진료를 잡고 온 이유'를 절대 잊으시면 안됩니다.
내가 여기 오게 된 두통이 어떤 모습인지, 잘 살펴놓으시기 바랍니다.
3. 담당 의사와 열린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를 계속 하셔야 합니다.
이 부분이 환자도 어렵고 의사도 어려운 부분이기는 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주제가 '두통' 하나로 국한될 때에는 그 대화가 아주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두통 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약을 선택할 때도 이러한 대화를 바탕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증상을 바탕으로, 부작용도 최소로, 혹은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환자의 증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등등
- 치료 옵션을 결정할 때에도, 만약에 2주, 4주마다 진료를 오실 수 있는 가까운 곳에 계신다면, 그렇게 자주 보는 것이 환자분께는 매우 도움이 되실겁니다. 하지만, 자주 오시기 어려운 경우에는 3개월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보톡스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죠.
- 그리고 거의 매 포스팅마다 나오는 이야기인데, 생활습관조절..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두통의 유발요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무직이어서 나쁜 자세로 모니터를 오래 바라 보고 있는 것 때문에 거북목이 두통의 원인이라고 알고 계셨던 분... 실제로 그 분은 모니터, 휴대폰, 햇빛 등 밝은 빛이 두통의 유발요인이었습니다. 몇 번의 진료를 거듭하면서 빛이 유발요인이라는 것을 저와 환자분 모두가 의심하게 되었고, 모니터와 휴대폰의 밝기를 낮추고, 밖에 나갈 때는 선글라스와 창이 큰 모자를 쓰시게 했더니 두통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약물치료도 같이 했지만요.. 이렇듯 대화는 내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 간혹, 의사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부작용을 숨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진짜로요. ㅎㅎ 저 같은 경우는, 원래 반응이 빠르고 명쾌한 환자분이 약간이라도 머뭇거린다.. 하면 웃으면서 솔직히 말씀하시라고 합니다. 그러면 약간의 불편감이 있기는 한데, 그것보다는 머리 안아픈 것이 더 나아서 말을 할까말까 고민했던 것이라고 하시죠.
이게 중요한 이유는, 그 약은 그 다음에는 가급적이면 증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작용이 심하게 생기고 나서 약을 줄이는 것 보다는 미리 예상하고 다른 옵션을 찾는 것이 한달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겠죠.
어떠셨나요?
읽다보니 뭔가 질병에 대해 알아보는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시지 않나요?
저는 진료하면서 항상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환자분의 삶 속에 녹아들어가서 내가 교정할 수 있는 요인들을 최대한 교정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이래저래 말씀을 드리고 환자분께서 직접 해보시면서 변화가 생기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정리...
1. 소통이 중요하다.
2. 첫 진료일에는 '두통' 자체에 집중하자.
3. 두통 중에서도 내가 이 진료를 예약하고 온 main이 되는 두통에 대해 이야기 하자.
4. 담당 의사와 열린 관계를 만들고, 대화를 계속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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