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리고 오늘 알아볼 것이 바로, 진료기록 정리, 약 정리 입니다.
먼저, 진료기록 정리
이건 간단합니다. 이전에 진료 보셨던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다 떼어오시면 됩니다.
의사에 따라서 의무기록을 적을 때에 시시콜콜한 내용들까지도 다 적는 사람도 있고, 핵심적인 내용만 적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전자쪽인데요, 그 이유는... 한달 후에 봤을 때 기억이 안나서요...ㅠㅠ 갑자기 좀 슬프네요...
자세하게 적든, 핵심만 적든, 어떻게 적어도 상관없습니다. 기록이 있으면 무조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됩니다.
간혹 아주 자세하게 다 기록해놓고나서, 마지막에 핵심만 딱 요약해서 적어놓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런 기록이 있으면 의뢰 받는 의사 입장에서는 아주 좋지요..
아무튼,
진료기록(의무기록)은 일단 복사. 가장 최근에 진료보시던 곳의 기록이면 제일 좋겠습니다.
두번째, 영상기록.
영상기록은 MRI나 CT의 판독지만 가져오지 마시고, 실제 영상을 갖고 오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CD로 구워오시면 됩니다.
대부분은 진료보셨던 선생님도 직접 영상을 보시고, 영상의학과 선생님도 판독하면서 보고.. 그러기 때문에 뇌, 뇌혈관의 이상을 놓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영상을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하는 이유는
1) 환자분과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략적으로 어떤 두통이겠다.. 라고 분류를 잡고,
2) 그런 두통이라면, 혹시라도 이상이 있다면 '여기'에 이상이 있겠다.. 라는 생각을 갖고나서
3) 그 부분을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그냥 판독지를 읽어보는 것 보다는 훨씬 더 꼼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한 5-10초 정도 스윽 훑어보는게 그냥 대충 보는게 아닙니다 ㅎㅎ 그정도만 스윽 봐도 파악이 될 정도로 트레이닝을 받습니다..대부분..)
아, 그리고 한 병원에서 여러번 찍으셨다면 과거와 현재의 비교도 가능하니까, 옛날것도 싹..
결론은, 판독이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CD를 구워서 가져오시라...옛날 것도 싹.
세번째, 약 복용 기록.
사실 어떤 두통이든간에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A라는 분이 B대학병원에서 약을 1년 정도 복용하다가 오셨습니다.
처방전을 여러개 가져오셨는데,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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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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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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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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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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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놀 20mg 하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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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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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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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파맥스 12.5mg 하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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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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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어서 토파맥스로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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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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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파맥스 25mg 하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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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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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량 이유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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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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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라빌 10mg 자기 전
토파맥스 25mg 하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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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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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추가 이유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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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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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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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약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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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정도만 정보를 갖고 오셔도 향후에 계획을 세우는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처방전을 보고 위와 같이 정리한 다음에 다시 여쭤봅니다.
1월
Q: 인데놀을 잘 복용하셨는가?
A: 매일 먹지는 않았어도 70% 정도는 먹었다. 근데 효과가 없었다.
Q: 부작용은?
A: 없었다.
→ 1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인데놀의 용량을 더 늘려볼 수 있겠다.'
2월
Q: 토파맥스 12.5mg 하루 2회는 잘 복용하셨나?
A: 80%이상 먹었다. 효과도 좀 있었던 것 같다.
Q: 부작용은?
A: 없었다.
→ 아마 그래서 3월에 25mg 2회로 증량하신 것 같습니다.
3월
Q: 토파맥스 25mg 하루 2회는 잘 복용하셨나?
A: 잘 안먹었다.
Q: 왜요?
A: 자꾸 기분이 쳐지고, 괜히 눈물이 나고.. 그래서 잘 안먹게 됐던 것 같다.
→ 우울감은 토파맥스의 부작용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약을 잘 안먹으면서 두통이 악화되고, 이와 함께 우울증도 심해진 것일 수도 있어보입니다. 그래서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에트라빌을 추가하신 것 같네요.
4월
Q: 약 잘 복용하셨나?
A: 아니오.
Q: 왜요?
A: 너무 졸려요. 헤롱거리고... 급성기약도 효과가 없어요.
Q: 급성기약은 언제 복용하시나요?
A: 못참겠을 때 먹어요.
→ 이제부터는 점점 뒤죽박죽이 됩니다. 에트라빌의 부작용으로 졸린 것인지, 아니면 편두통이 악화되면서 전신무력감이 심해지면서 졸립다고 표현되는 것인지... 그리고, 나라믹은 이전에는 좀 듣는 것 같으니까 처방해주신 것 같은데, 4월 동안에는 효과가 없었고...
이렇게 정리가 끝나고 나면 저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를 드립니다.
1. 지금 복용하셨던 약을 처음부터 다시 약을 시작해 볼 수 있다.
2. 다른 치료들을 해봅시다.
2는 제가 포스팅 몇 개 해놨으니까 넘어가구요...
1은 좀 이상하죠? 약을 먹던 중에 효과가 없어서 전원 온 것인데 같은 약으로 다시 시작해본다니요?ㅎㅎㅎ
지금까지의 약을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데놀 20mg 2회 - 효과가 딱히 없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없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0mg 2회에 효과가 없더라도 40mg 2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까지도 늘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편두통 예방약제들은 용량을 올린 다음에 충분한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2-3개월은 진득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데놀은 증량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 토파맥스 - 12.5mg 2회 까지는 괜찮았는데, 25mg 2회로 증량했을 때 뭔가 불편감이 생겼죠.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환자분이 12.5mg 2회까지는 약을 잘 복용했기 때문에, 25mg으로 증량을 했을 때도 '더 좋아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잘 복용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래서 25mg도 초반에 잘 복용했더니, 토파맥스의 부작용 중 하나인 우울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약을 안먹게 되고, 약을 안먹으니까 두통은 더 심해지고 우울감도 더 심해지고...
→ 이런 이유로, 토파맥스는 12.5mg 하루 2회 정도 혹은 25mg 한알로 하루 1번으로 변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데놀과 마찬가지로 최소 2-3개월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봐야 토파맥스12.5mg 하루 2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12.5mg 2회로 유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에트라빌 10mg - 우울감도 있고, 두통도 악화되었기 때문에 우울증약이면서도 편두통에 효과가 있는 에트라빌을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그치만 졸립고 헤롱거리는 부작용이 생겼죠. 그러면 에트라빌은 먹으면 안되는걸까요? 아닙니다. 10mg에는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5mg이나 2.5mg으로 낮춰보면 부작용은 없으면서 두통 예방효과가 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 환자분에서는 에트라빌 2.5mg or 5mg을 써볼 수 있겠습니다.
한 번의 시행착오의 내용을 기록해놓음으로써 앞으로 약을 어떻게 써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똑같은 시행착오를 다시 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에 약처방전과 그때의 기억을 갖고 오지 못하셨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를 통해 제일 적절할 것 같은 약부터 다시 시작해봐도 되니까요..
그치만.. 좀 아깝지 않을까요? 1-2개월은 시행착오를 또 겪을 수도 있으니까요..
정리...
1. 의무기록: 복사
2. 영상기록: 판독지 + CD도. 옛날 영상도 전부.
3. 약 복용력 + 효과, 부작용, 복용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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